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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캐 프로필

오원예 | 20 | F | 인간 | 캠프파이어에 둘러앉아


오 원 예

20 / 여자 / 161cm / 49kg


비바람이 치던 바다

티셔츠, 청바지, 캔버스화. 그게 아니라면 품이 넓은 민무늬 셔츠, 다시 청바지, 그리고 샌들.
그녀의 차림새를 알아맞추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누나, 누나는 옷이 그것밖에 없어? 맨날 같은 것만 입는 거 아냐?"

남동생의 꾸준한 핀잔에도 그녀는 늘 같은 스타일을 고수했다. 우선 편하고, 남의 눈에 띄지 않았고, 그래서 무엇보다도 그녀 자신에게 더 많은 행동의 자유를 안겨주었기 때문에.

염색을 했던 것이 물 빠질 때가 다 되어 이제는 끝부분만이 갈색으로 부분부분 물든 머리카락. 다소 퍼석퍼석해 보이는 이 반곱슬 머리칼은 원래는 어깨까지 오던 것이 이제는 어깨를 넘어 어느새 가슴께까지 내려와 닿았다.

머리 자르러 가야하는데. 이 말은 이제 그녀에게는 아침인사와도 같은 관용구가 되어버렸다.

그녀는 빼빼 마른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살집이 있는 체형은 더더욱 아니었다. 소매 아래로 보이는 손목은 말랐지만 각이 진 느낌을 주었으며, 조금은 흰 편일지도 모르겠는 손등에는 핏줄이 살짝 불거져 보였다.

습관적인 맹한 웃음에 가려져 잘 다가오지는 않지만 그녀의 얼굴은 그래도 꽤 시원시원하게 생긴 편이었다. 얄쌍한 호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콧날의 양쪽에 자리 잡은 속쌍커풀 아래의 두 눈은, 갈색으로 뒤섞인 퍼석한 머리카락과는 달리 깊고 검었다. 물론 과학적으로 이 세상에 완전히 검은 눈은 없다고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어떤가? 만약 기회가 되어 그녀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면, 당신은 그 깊은 우물 속에서 제가 지금 여기에 있다고 말하는 듯한 빛나는 총기를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잔잔해져 오면

그녀는 입가에 웃음을 걸어두고 다녔다. 그것은 습관적인 것이었다. 다름아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함이었다. 동시에 그것은 자신의 무묘정한 얼굴이 불만이 많은 사람같아 보인다는 충고를 기억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웃으면 기뻐진다고들 하잖아.

웃을 일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웃었고, 그래서 그 옆에는 사람이 없지 않았으며, 그녀는 그것을 제 나름대로 감사하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적당히 사교적이고, 대화를 나누기에 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적당히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말 그대로 언제나 적당하고 무난한 사람. 그러나 바꾸어 말하자면 있으나 없으나 이 드넓은 세상에서는 별 차이도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뭐든 흘러가는대로 내버려두는 그녀는 욕심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그녀는 가끔씩 아무도 이해할 수 없을 특이한 행동들을 덥썩덥썩 저질러버리고는 했다. 그럴 때 마다 그녀의 가까운 친구들은 애정어린 별칭의 일환으로 그녀를 외계인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것은 사실 비밀인데, 그녀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외로움을 더 많이 탈 지도 모른다. 드물지 않게 당신은 아침에 두 눈이 퉁퉁 부어있는 그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그럴 때마다 아무렇지 않게, 때때로 질문이 들어오면 전 날 먹었던 라면이 참 맛있었다는 둥, 그렇게 웃어보일 뿐이었다.


오늘 그대 오시려나

01 그녀는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 소위 책벌레라고 불리울만큼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문장을 하나하나 뜯어가며 읽다보면 시간은 쏘아진 살처럼 그녀를 지나쳐 금새 사라져 버리곤 했다. 참고로 책 취향은 아이러니와 역설로 뒤덮인, 누군가는 불편하다고 하는 그런 책이라고 한다.

02 도서관, 책 냄새가 풍기는 조용한 도서관은 그녀를 위한 실재하는 유토피아였다.

03 그녀는 영원한 원예부였다. 초등학생 때부터 계속 그녀를 따라다니는 별명이었다. 그래서 고등학생이 되자 그녀는 진짜 원예부에 들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식물을 돌보는 일이 꽤나 재미있음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오백원, 오원. 이것들 역시 그녀의 이름을 졸졸 따라다녔던 제 2의 그녀와도 같은 별명들이었다.

04 수능날 훌쩍 통영으로 떠나버리는 바람에 수능을 치지 못했다. 왜 그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그녀 자신조차도. 아무튼 그래서 그녀는 지금 재수를 하고 있다.

05 과학고등학교에 다니는 남동생이 하나 있다. 그렇게 가깝지도, 그렇다고 사이가 나쁘지도 않은 남매사이다.

06 그녀는 인디밴드의 음악을 즐겨들었다. 방문을 닫고 손 때 묻은 헤드셋을 낀 채 몇시간이고 음악 속으로 빠져들고는 했다.


저 바다 건너서

나를 기억해 주세요.





소속커뮤) 캠프파이어에 둘러앉아

가족) 엄마, 아빠, 남동생

관계) -